계약을 이행할 때에 부실・조잡 또는 부당하게 하거나 부정한 행위를 한 자: 공사도급계약에 관하여 설계와 다르게 공사를 할 일부 사정이 있더라도 계약상대자에게 책임이 있는지 여부
사실관계
A회사가 1989. 10. 13. B구(區)청장으로부터 새원교를 건설하는 공사를 도급받아 그해 공사를 마쳤는데, 위 다리는 1993. 9. 19. 상판과 교각이 무너지면서 붕괴되었음. 붕괴원인에 관하여, B구청장은 위 다리가 상판을 1개의 판으로 연결하여 건설하도록 설계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A회사가 이를 3개로 나누어 시공함으로써 교각에 편심집중하중(상판의 무게가 교각에 균일하게 가해지지 않고 불균형하게 무게가 가해지는 상태)이 발생하여, 교각의 시공이 부실하였던 점에 있었던 것으로 판단하였음. 이에 B구청장은 A회사에 대하여 1년간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처분을 하였음.
사안의 쟁점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임의로 설계와는 다르게 공사를 하였을 뿐 아니라, 일부 공사에 있어서는 부실한 시공을 함으로써 위 다리의 일부분에 하자가 발생한 정도가 아니라 다리 자체가 완전히 무너지는 중대한 사고를 발생시킨 경우, 설계와 다르게 공사를 할 일부 사정이 있더라도 계약상대자에게 책임이 있는지 여부
행정청의 건설국장이 A회사에 대하여 위 다리 붕괴에 대한 아무런 제재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한 약속이 유효한지 여부
판결의 요지
A회사가 위 다리의 상판을 설계대로 1개의 연결된 판으로 시공하지 아니하고 3개로 분리한 것은 레미콘의 공급부족으로 인하여 이를 한꺼번에 타설하여 1개의 판으로 시공하는 것이 어렵게 되자 현장감독관으로 나와 있던 윤●●의 묵인 또는 동의 하에 일단 그와 같이 시공한 뒤에 설계변경절차를 거치기로 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A회사와 B구청장 사이의 공사도급계약 일반조건 제12조 제2항에 의하면 공사현장감독관은 계약자의 의무와 책임을 면제시킬 수 없으며 임의로 설계를 변경시키거나 기일연장 등 계약조건과 다른 지시나 결정을 할 수 없다고 규정되어 있을 뿐 아니라, 위 증인들의 증언에 의하면 A회사가 그 뒤에 실제로 설계변경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준공검사를 받고 공사를 끝낸 사실이 인정된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여 보면 A회사가 정식의 설계변경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현장감독관의 묵인 또는 그의 승낙만을 받고 설계와 다르게 공사를 한 것에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가사 그와 같은 사정과 경위로 설계와 다르게 공사를 하게 된 점에 부득이한 사유가 있어 그 절차상 하자에 대한 책임을 묻기가 어려운 것으로 볼 수 있다 하더라도, 그와 같이 설계와 다르게 공사를 할 때에는 그와 관련된 다른 부분에 있어서도 구조상의 결함이 생기지 않도록 변경된 공사내용에 맞추어 적절한 방법에 따라 공사를 할 책임이 있다 할 것인데, A회사는 상판의 구조만을 설계와 다르게 시공하였을 뿐이고 그에 따라 함께 구조가 변경되어야 할 교좌장치(양쪽 상판에 각각 별개의 교좌장치를 설치하여 상판과 교좌장치가 접하는 면적을 충분히 확보하고, 교좌장치에 무리한 무게가 가하여지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교각의 폭을 넓혀야 할 필요도 있다) 등에 대하여는 1개의 연결된 상판을 전제로 하여 설계된 그대로 시공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구조상의 결함을 가진 다리를 건설하게 되었다 할 것이므로 A회사에게 위 다리의 붕괴에 대한 책임이 없다고 하기는 어렵다.
B구청의 건설국장이 A회사에 대하여 위 다리 붕괴에 대한 아무런 제재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약속하였다는 주장에 대하여 보건대, 위 주장에 부합하는 증인 박◇◇의 증언은 믿지 아니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을 뿐 아니라, 가사 건설국장이 그와 같은 약속을 하였다 하더라도 부정당업체에 대한 제재처분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속하는 권한으로서 그 보조기관에 불과한 건설국장이 단독으로 그와 같은 약속을 해 줄 권한이 없으므로 이는 법적 구속력을 가진 약속으로 볼 수는 없고, 단지 그 결정권자인 B구청장에게 그와 같은 의견을 상신하여 A회사가 제재처분을 받지 않도록 노력해 보겠다는 의미에 불과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해당판결이 가지는 실무적 의미
입찰에 따라 체결된 계약의 주요 서류인 공사도급계약 일반조건상 “공사현장감독관은 계약자의 의무와 책임을 면제시킬 수 없으며 임의로 설계를 변경시키거나 기일연장 등 계약조건과 다른 지시나 결정을 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으므로 계약상대자가 설계변경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준공검사를 받고 공사를 끝낸 것은 계약상대자의 잘못에 해당함. 설령 계약상대자가 설계와 다르게 공사를 하게 된 점에 부득이한 사유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계약상대자에게는 관련된 다른 부분에 구조상의 결함이 생기지 않도록 변경된 공사내용에 맞추어 적절한 방법에 따라 공사를 할 책임이 있음. 실무상 계약상대자가 계약의 주요 서류인 공사도급계약 일반조건 등의 제반 규정 내용에 비추어 계약상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였는지 판단하여야 할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