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협약 분쟁해결수단

법률관계의 성질과 분쟁해결수단의 선택: 연구개발협약에 관한 법률관계의 성격과 이에 적합한 분쟁해결수단

사실관계

대한민국은 군이 운용 중이던 노후화된 외국산 헬기를 국산화하여 전력화함과 아울러 군용 헬기는 물론 민수 헬기에도 사용할 수 있는 민・군 겸용 구성품을 개발하여 장차 민간에서 사용하는 헬기를 독자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국형 기동헬기를 국내 연구 개발을 통하여 획득하는 것을 목표로 2005년경부터 ‘한국형 헬기 개발사업’(Korean Helicopter Program, ‘KHP사업’)을 산업자원부와 방위사업청의 주관하에 국책사업으로 추진 하기로 결정하였음. 이 사건 KHP사업에 관하여 A업체, 국방과학연구소 및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이 공동으로 개발주관사업자로 참여하였는데, A업체는 분담된 체계 및 구성품 개발업무 수행, 체계규격서 작성, 체계개발동의서 작성, 개발시험평가 수행 및 운용시험평가 지원을 통하여 체계개발을 종합적으로 주관하고 체계결합을 책임지는 역할을, 국방과학연구소 및 한국항공 우주연구원은 이를 지원하고 민・군 겸용 핵심구성품 및 군용 핵심구성품 일부를 책임지는 역할을 각기 담당하기로 하였음. 이에 대한민국 산하 방위사업청은 2006. 6. 7. A업체와 사이에 ‘한국형 헬기 민군겸용 핵심구성품 개발’ 협약을 체결하였음. 그 주요 내용은 헬기기술자립화사업으로서 기어박스 등 12개 부품 및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고, 협약금액은 133,015,000,000원(정부출연 106,412,005,000원, 업체투자 26,602,995,000원)이며, 협약기간은 2006. 6. 1.부터 2012. 30.까지, 납품일자는 2008. 10. 30.부터 2012. 6. 30.까지로 되어 있음.

그런데 A업체는 협약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환율변동 및 물가상승 등 외부적 요인 때문에 협약금액을 초과하는 비용이 발생하였다고 주장하면서 국가를 상대로 초과비용의 지급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 하였음.

사안의 쟁점

[1] 위 협약의 법률관계가 공법관계인지 아니면 국가계약법의 적용을 받는 사법관계인지 여부 및 이에 관한 분쟁을 민사소송으로 제기하여야 하는지 아니면 행정소송으로 제기하여야 하는지 여부
[2] A업체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 없이 행정소송으로 제기하여야 할 사건을 민사소송으로 잘못 제기한 경우, 수소법원이 취하여야 할 조치

판결의 요지

각 법령의 입법 취지 및 규정 내용과 함께 이 사건 협약 제2조에서 대한민국은 A업체에게 ‘그 대가’를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국가연구개발사업규정에 근거하여 대한민국이 A업체에게 연구경비로 지급하는 출연금을 지칭하는 데 다름 아니라는 점, 이 사건 협약에 정한 협약금액은 정부의 연구개발비 출연금과 참여기업의 투자금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사건 협약 특수조건 제9조 제1항에 의하여 참여기업이 물가상승 등을 이유로 대한민국에게 협약금액의 증액을 내용으로 하는 협약변경을 구하는 것은 실질적으로는 이 사건 KHP사업에 대한 정부출연금의 증액을 요구하는 것으로서 이에 대하여는 대한민국의 승인을 얻도록 되어 있는 점, 이 사건 협약은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한국형헬기 민・군 겸용 핵심구성품을 개발하여 그 기술에 대한 권리는 방위사업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국가에 귀속시키되 장차 그 기술사용권을 A업체에게 이전하여 군용 헬기를 제작・납품하게 하거나 또는 민간 헬기의 독자적 생산기반을 확보하려는 데 있는 점, 이 사건 KHP사업의 참여기업인 A업체로서도 민・군 겸용 핵심구성품 개발사업에 참여하여 기술력을 확보함으로써 향후 군용 헬기 양산 또는 민간 헬기 생산에서 유리한 지위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는 점 등을 종합하여 살펴보면, 국가연구개발사업규정에 근거하여 대한민국 산하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참여기업인 A업체 사이에 체결된 이 사건 협약의 법률관계는 공법관계라고 보아야 하고(대법원 5. 30. 선고 95다28960 판결, 대법원 2014. 12. 11. 선고 2012두28704 판결, 대법원 선고 2015두264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협약 특수조건 제7조에서 협약보증금의 반환, 국고귀속 등에 대하여, 제15조에서 지체상금에 대하여 각기 국가계약법의 관련 조항을 준용하도록 정하고 있다거나 나아가 제44조에서 A업체와 대한민국 간의 분쟁에 관하여 관할법원을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정하였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한편 민사소송법 제31조는 전속관할이 정하여진 소에는 합의관할에 관한 민사소송법 제29조, 변론관할에 관한 민사소송법 제30조가 적용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민사소송법 제34조 제1항은 법원은 소송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관할권이 없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결정으로 이를 관할법원에 이송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행정소송법 제7조는 “민사소송법 제34조 제1항의 규정은 원고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 없이 행정소송이 심급을 달리하는 법원에 잘못 제기된 경우에도 적용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관할 위반의 소를 부적법하다고 하여 각하하는 것보다 관할법원에 이송하는 것이 당사자의 권리구제나 소송경제의 측면에서 바람직함은 물론이다. 따라서 A업체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 없이 행정소송으로 제기하여야 할 사건을 민사소송으로 잘못 제기한 경우, 수소법원으로서는 만약 그 행정소송에 대한 관할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면 이를 행정소송으로 심리・판단하여야 하고(대법원 1996. 2. 15. 선고 94다31235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그 행정소송에 대한 관할을 가지고 있지 아니하다면 당해 소송이 이미 행정소송으로서의 전심절차 및 제소기간을 도과하였거나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 등이 존재하지도 아니한 상태에 있는 등 행정소송으로서의 소송요건을 결하고 있음이 명백하여 행정소송으로 제기되었더라도 어차피 부적법하게 되는 경우가 아닌 이상 이를 부적법한 소라고 하여 각하할 것이 아니라 관할법원에 이송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 6. 12. 선고 2008다16707 판결, 대법원 2009. 9. 17. 선고 2007다2428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해당판결이 가지는 실무적 의미

본 판결은, 보증금의 국고귀속, 지체상금 조항 등 국가계약의 내용을 포함하는 외형을 갖고 있는 경우라도 과학기술기본법, 항공우주산업개발촉진법에 따른 국가연구개발협약은 본질적으로 국가계약법이 적용되는 사법상 계약이 아니라, 공법상 계약으로서의 성격을 갖는다는 점을 인정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음.

법원은 이 사건 협약이 정부의 사업비용 출연관계에 해당하여 공법관계라고 보면서, 이 사업이 중앙행정기관들과 국가연구기관들이 협업으로 진행한 국책사업이라는 성격을 고려하였음. 실무상으로도 문제된 협약이 이 사건 협약 특수조건처럼 초과비용 지급청구를 위한 ‘협약변경요구’, 초과비용 지급에 관한 ‘승인’, ‘연구개발업체 지정 취소’ 등의 규정들을 포함하고 있다면, 당해 협약이 공법관계에 해당하므로 관련된 분쟁은 민사소송이 아닌 행정소송에 의하여 해결해야 한다고 판단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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